[ Fortis Fortuna Adiuvat ] 포르티스 포르투나 아디우바트 : 운명은 용기 있는 자를 돕는다

로마시대 검투사의 클로즈업 사진, 라틴어

용감하다는 것은 결국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무언가를 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을 기다리지만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았다. 확신이 생기고 나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나서야 확신이 뒤따라온다. "Fortis Fortuna Adiuvat", 운명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는 이 라틴어 문구를 처음 봤을 때, 정확히 그 지점을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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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운명 사이

단어부터 뜯어보면

"Fortis Fortuna Adiuvat"는 세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Fortis는 '강한, 용감한'을 뜻하는 형용사이고, Fortuna는 로마 신화에서 운과 우연을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입니다. adiuvat는 '돕다'라는 뜻의 동사 adiuvo의 3인칭 단수 현재형입니다. 그대로 옮기면 '용감한 자를 운명이 돕는다' 정도가 됩니다. 다만 이 조합이 문법적으로 완전히 매끄러운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아래에서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기원전 161년, 무대 위에서 처음 나온 말

이 문장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대 로마 극작가 테렌티우스(Terence)가 쓴 희극 <포르미오>(Phormio)입니다. 기원전 161년에 초연된 이 작품 203행에서, 노예 게타(Geta)라는 인물이 "Fortes Fortuna adiuvat"라는 대사를 내뱉습니다.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던진 말이었습니다. 테렌티우스가 이 말을 처음 만들었다기보다, 당시 이미 구전으로 널리 쓰이던 격언을 대사에 옮겨 적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장이 다시 화제가 된 계기는 영화 <존 윅>이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주인공의 등에 이 문구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고, 첫 편 샤워 장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대사로 직접 언급되진 않지만, 주인공의 과거 이력을 암시하는 장치로 쓰였습니다. 실제로 이 표기는 미 해병대 2대대 3연대의 모토인 "Fortes Fortuna Juvat"와 매우 닮아 있어, 극 중 인물의 군 경력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Fortes Fortuna adiuvat." (행운은 용감한 자들을 돕는다)

— Terence, Phormio, 203행. 노예 게타가 궁지에 몰린 순간 스스로를 다잡으며 던진 대사입니다.

"Audentis Fortuna iuvat." (운은 감행하는 자를 돕는다)

— Virgil, Aeneid, 10.284. 트로이군과의 결전을 앞두고 투르누스가 병사들을 독려하며 외친 말입니다.

새기기 전에 확인하세요

존 윅의 등 문신을 그대로 따라 새기려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Fortis Fortuna Adiuvat"는 문법적으로 조금 헐거운 표기입니다. adiuvat이 돕는 대상은 목적어 자리에 복수 대격 fortes(용감한 자들을)가 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테렌티우스의 원문도 fortes였습니다. 단수형 fortis를 그대로 쓴 것은 고전 라틴어 문법보다 영화적 어감을 살린 표기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자주 혼동되는 것이 베르길리우스의 "Audentes(Audentis) Fortuna Iuvat"입니다. 동사도 다르고(iuvat vs adiuvat),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도 다른(audentes: 감행하는 자들 vs fortes: 강한 자들) 엄연히 다른 문장인데, 같은 문구의 변형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투로 새기실 계획이라면, 어느 출처의 문장을 새기고 싶은지 먼저 정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확신보다 행동이 먼저

이 문구가 2천 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 이 단순한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움직이고 있는 사람 곁에 붙습니다. 완벽한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두려운 채로 첫걸음을 떼는 사람에게 로마인들은 '운이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 순서는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logbook-latina의 사색

용기라는 말이 겁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면 무서운 게 하나도 없어서 뛰어드는 사람이 용감한 사람이다. 근데 로마인들이 쓴 fortis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은 채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이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애초에 두려움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없어야 용감한 게 아니라, 두려움이 있는데도 움직이는 게 용감한 거였다.

그리고 fortuna adiuvat, 운명이 돕는다는 말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운명은 서 있는 사람 곁에는 오지 않는다. 무언가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 곁에만 붙는다. 그러니까 이건 보상이 아니라 그냥 물리 법칙에 가깝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옆에 붙을 수가 없다.

늘 확신이 용기보다 먼저 온다고 생각했다. 확신이 서면 그때 움직이겠다고. 그런데 순서가 반대였다. 용기, 그러니까 두려움을 안고 하는 행동이 먼저고, 확신은 그 행동 뒤를 겨우 따라오는 것이었다. 확신을 기다리는 대신, 두려운 채로 한 걸음 먼저 떼어보는 것,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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