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 불네란트 옴네스, 울티마 네카트 : 모든 시간은 상처를 남기고, 마지막 시간은 죽인다
이 문구는 제한된 시간을 사는 인간들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 같다. 수천년전 로마인들은 이미 해시계에 이러한 문구를 새겨놓은 것을 보면, 시간 앞에서 느끼는 조바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오래된 돌판의 문장을 손목 위 타투에서 다시 만나고, 그림자가 아니라 바늘로 시간을 새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새기기 전에 확인하세요 ⑧ — 타투로 사랑받는 라틴어
모든 시간은 상처를 남기고, 마지막 시간은 죽인다
어원을 들여다보니
문구를 하나씩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Vulnerant는 '상처 입히다'라는 뜻의 동사 vulnero의 3인칭 복수형이고, omnes는 '모두'를 뜻합니다. ultima는 '마지막'이라는 뜻의 형용사, necat는 '죽이다'라는 동사 neco의 3인칭 단수형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습니다. '모든 것들이 상처 입히고, 마지막 것이 죽인다'라고만 되어 있을 뿐, 무엇이 상처를 입히는지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해시계에 새겨진 문구라는 걸 알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주어는 문구가 아니라 해시계 자체였습니다. 매 시간을 가리키는 그림자가, 굳이 '시간(horae)'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스스로 주어가 되는 구조였던 겁니다.
기원을 찾아보니
이 문구가 새겨진 가장 유명한 사례는 프랑스 바스크 지방, 우륀뉴(Urrugne)의 생뱅상 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1550년경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되었고, 종탑 정면에 자리한 해시계 위에 'Vulnerant omnes, ultima necat'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성당은 1925년 프랑스의 역사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오래 보존되어 왔습니다. 16세기 무렵부터 유럽 곳곳의 교회와 공공건물의 해시계에는 이렇게 시간의 흐름과 유한한 삶을 상기시키는 경구가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시계는 숫자를 표시하는 도구였지만, 동시에 그 앞을 지나는 사람에게 '너도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러주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인용구 둘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모든 시간은 상처를 남기고, 마지막 시간은 죽인다 — 프랑스 우륀뉴 생뱅상 성당 해시계 명문. 지금도 종탑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그림자 위로 매일 같은 문장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Pulvis et umbra sumus
우리는 먼지와 그림자일 뿐이다 (호라티우스, Odes 4권 7편 16행). 해시계의 그림자가 시간을 가리켰다면, 호라티우스는 인간 자체를 그림자에 비유했습니다. 둘 다 그림자라는 상징으로 유한함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새기기 전에 확인하세요
인터넷의 타투 레퍼런스 게시물을 찾아보면 'Omnes vulnerant, postuma necat'라는 변형이 함께 떠도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순이 바뀐 것은 물론, ultima(마지막) 자리에 postuma(사후의)라는 전혀 다른 단어가 들어간 별개의 문장입니다. 우륀뉴 성당의 원문을 그대로 새기고 싶다면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이 어순과 단어를 그대로 확인하고 새기는 게 좋습니다.
오늘에 새겨보면
이 문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어순에 있습니다. '마지막 시간'보다 '모든 시간'을 먼저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대개는 삶의 마지막 순간만을 두려워하지만, 이 경구는 지나가는 매 시간에도 상처(vulnerant)라는 단어를 먼저 씁니다. 해시계는 하루 내내 같은 그림자를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도구였고, 사람들은 그 반복 속에서 '이번 시간도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했을 겁니다. 흥미롭게도 해시계는 흐린 날이나 밤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재촉하는 대신, 볼 수 있을 때만 조용히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알림 하나로 하루가 쪼개지는 요즘과 달리, 모든 순간에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 오래된 돌판이 새삼 알려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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