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 Meliora ] 아드 멜리오라 : 더 나은 것을 향하여
"더 나은 것을 향하여." 어느 것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어쩌면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 문구는 더 나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보통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그것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고 믿지만 이 문구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로도 방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많은 일들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소시민의 바램으로 이 문구를 찾아본다.
새로운 시작을 새기는 문구 ⑥ — 타투로 사랑받는 라틴어
도착점 없는 다짐
단어부터 뜯어보면
Ad는 '~을 향하여'라는 뜻으로 대격을 지배하는 전치사이고, Meliora는 '더 나은 것들'이라는 뜻의 형용사 melior의 중성 복수 대격형입니다. 그런데 이 melior라는 단어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좋다'는 뜻의 원급 bonus와 어원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bonus(좋은) - melior(더 좋은) - optimus(가장 좋은)로 이어지는 이 비교 변화는 어근이 통째로 바뀌는 이중 불규칙 비교(suppletion)로, 영어의 good - better - best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과 닮아 있습니다. 규칙대로라면 bonior, bonissimus가 되어야 했을 단어가, 너무 자주 쓰인 나머지 아예 다른 뿌리의 단어로 대체된 셈입니다.
고전이 아니라 근대의 모토
앞서 다룬 시리즈의 다른 문구들과 달리, "Ad Meliora"는 특정 로마 작가가 남긴 문장이 아닙니다. 키케로나 세네카의 저작 어디에도 이 정확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 문구는 19세기 이후 서구 기관들이 모토로 채택하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로, 1851년 교수진 투표를 통해 "Meliora"를 공식 모토로 정했고, '언제나 더 나은 쪽으로(ever better)'라는 의미로 번역해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아일랜드의 세인트 패트릭스 칼리지(Cavan)도 같은 단어를 모토로 삼았습니다. 이후 여기에 '언제나'라는 뜻의 Semper를 붙인 "Semper Ad Meliora"가 대중적인 동기부여 문구로 자리 잡으며, 오늘날 회복이나 재기,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타투 문구로도 널리 선택되고 있습니다.
"Meliora" (더 나은 것들을 향하여)
— University of Rochester 공식 모토. 1851년 교수진 투표로 채택되었으며, '언제나 더 나은 쪽으로(ever better)'라는 뜻으로 지금도 쓰이고 있습니다.
"Meliora"
— St. Patrick's College, Cavan (아일랜드)의 학교 모토. 로체스터 대학교와 비슷한 시기, 같은 단어를 교육 이념으로 채택했습니다.
새기기 전에 확인하세요
"Ad Meliora"를 타투로 새길 때 "Semper"를 꼭 붙여야 문법적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Ad Meliora 자체로 이미 문법적으로 완전한 구입니다. 전치사 ad가 대격 meliora를 취하는 구조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Semper는 '언제나'라는 부사를 더해 의미를 강조할 뿐, 없어도 문장이 깨지지 않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둘 점은 meliora가 중성 복수형이라는 것입니다. '더 나은 것' 하나가 아니라 '더 나은 것들'을 향한다는 뜻이 이미 이 한 단어 안에 담겨 있습니다.
방향은 도착점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문구가 회복과 재기를 상징하는 타투로 자주 선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미리 정해두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다짐 자체는 성립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는 식으로, 이 말은 계속 스스로를 갱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완벽한 청사진이 없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오래된 비교급 하나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일 것입니다.
logbook-latina의 사색
생각해보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채우는 소망들이 원래 그런 모양이었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바라는 마음, 이번 달보다 조금 더 나은 다음 달을 바라는 마음. 그런 바람에는 애초에 정확한 도착점이 없다. 무엇과 비교해서 얼마나 나아져야 하는지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meliora의 빈 비교 대상은 허점이 아니라, 일상에서 품는 수많은 목표들이 이미 지니고 있던 의도된 여백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더 나은지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말은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 끝나버리는 다짐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는 방향이 될 수 있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그 내일보다 나은 모레. 비교 대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 도착점도 없다.
그러니 이 문구는 어디에 도착해야 끝나는 게 아니라, 방향만 있으면 계속 걸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막연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막연해서 계속 갈 수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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