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n Ducor, Duco ] 논 두코르 두코 : 나는 이끌려가지 않는다, 내가 이끈다

강가의 쌓아올린 자갈사진, 라틴어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할 때, 개인의 삶은 개인 스스로가 이끄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하루를 돌아보면, 얼마나 자주 남이 정해놓은 속도와 기준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Non ducor, duco, 당연하다고 믿었던 그 문장이 사실은 매일 다시 선택해야 하는 다짐이라는 걸 깨닫는다.

새기기 전에 확인하세요 ⑨ — 타투로 사랑받는 라틴어

 나는 이끌려가지 않는다, 내가 이끈다

어원을 들여다보니

이 문장은 딱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Non ducor, duco. 그런데 둘 다 같은 동사에서 나왔습니다. duco는 '이끌다'라는 뜻의 동사 duco의 1인칭 단수 능동태, ducor는 그 수동태입니다. 같은 어근을 능동과 수동으로 뒤집어서 대비시킨 문장인 셈입니다. duco의 뿌리를 따라가보면 인도유럽조어 *dewk-('당기다, 끌다')에 닿는데, 이 어근은 영어 단어 tow(견인하다)와도 사촌 관계입니다. 이끄는 사람을 뜻하는 duke(공작), 이끌어 나감을 뜻하는 conduct, duct 같은 단어들도 모두 여기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결국 이 문장은 '끌려가는 것'과 '끌고 가는 것'이 원래 한 몸이었던 동사라는 사실을, 딱 두 단어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기원을 찾아보니

이 문구는 브라질 상파울루 시의 모토입니다. 1917년, 당시 시장이었던 Washington Luís가 시 문장(coat of arms) 공모전을 열었고, 화가 José Wasth Rodrigues의 도안이 당선되었습니다. 이 모토는 시인 Guilherme de Almeida가 지었습니다. 문장에는 반데이란치(bandeirante, 내륙을 개척한 포르투갈계 개척자)를 상징하는 도끼를 든 팔, 도시의 경제를 지탱해온 커피나무 가지, 포르투갈 그리스도 기사단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도시 하나를 통째로 설명하는 문장(紋章) 안에, 결국 사람들이 가장 남기고 싶었던 말은 '끌려가지 않고 이끈다'는 여섯 글자였던 셈입니다.

인용구 둘

Non ducor, duco

나는 이끌려가지 않는다, 내가 이끈다 (브라질 상파울루 시 모토, 1917). 도시의 자립적인 정신을 담아 지은 표어로, 지금도 상파울루 시 문장 한가운데 새겨져 있습니다.

Ducunt volentem fata, nolentem trahunt

운명은 순응하는 자는 이끌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 간다 (세네카, Epistulae Morales 107.11, 스토아 철학자 클레안테스의 시구 인용). 상파울루의 모토가 '내가 방향을 정한다'는 선언이라면, 세네카의 문장은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순응해서 걷는 편이 낫다'는 체념에 가까운 지혜입니다.

새기기 전에 확인하세요

영어권 타투 자료를 찾아보면 이 문구를 "I am not lead, I led"라고 잘못 표기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금속을 뜻하는 lead(레드)와, 이끌다를 뜻하는 동사 lead(리드)의 과거형 led가 영어에서 철자가 겹치면서 생기는 흔한 혼동입니다. 정확한 영어 번역은 "I am not led, I lead."이며, 라틴어 자체는 애초에 변형 없이 "Non ducor, duco."로 고정된 문구이니 그대로 새기면 됩니다.

오늘에 새겨보면

이 문구를 만든 사람도, 이 문구를 반박하듯 남긴 세네카도 결국 같은 동사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끌려가느냐, 이끄느냐는 완전히 다른 삶의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동사의 앞뒤를 바꾸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일정 속으로 들어가는 건 바뀌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을 먼저 할지, 어떤 태도로 임할지는 여전히 내가 정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끈다는 건 상황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같은 상황 안에서 동사의 태를 바꾸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logbook-latina의 사색

오늘은 이끌림과 이끎에 대해 생각했다. Non ducor, duco — 나는 이끌려가지 않는다, 내가 이끈다. 자신만만한 문장이지만 이 말이 오만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개개인의 삶에 대입해본다면 당연한 말인 것 같다. 이끈다는 건 앞장서서 소리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방향을 내가 정한다는 뜻 같았다. 남들이 짜놓은 시간표대로 살면서도, 그 안에서 무엇을 붙잡을지는 내가 고를 수 있다는 것. 오늘 하루도 결국 해야할 일들의 일정에 맞춰 흘러갔지만, 하루를 마치는 지금 이 문구를 다시 적어보면서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작은 선택 하나가, 이끌려가는 삶과 이끄는 삶을 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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