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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vea ] 니베아 : 눈처럼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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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내린 눈이 세상의 모든 빛깔을 지우고 오직 하나의 순백으로 뒤덮는 순간을, 가만히 마주한 적이 있는가. 그 눈부신 여백 앞에서는 어떤 소란스러운 색채도 잠시 숨을 죽이고, 세상은 태초의 고요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우리가 매일 손끝으로 무심히 만지는 하얀 크림 한 겹에도, 어쩌면 그 시원(始原)의 순백함을 닮고자 한 오랜 소망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눈처럼 희고 맑은 것들이 건네는 위안의 감촉, '니베아(Nivea)' 의 미학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니베아 뜻, 알고 보니 라틴어였다 ④ — 브랜드 속 라틴어 니베아(Nivea), 파란 통에 담긴 눈의 이름 오랫동안 화장대 한쪽에 놓아두고 무심히 손을 뻗어온 물건들이 있습니다. 파란 통에 담긴 하얀 크림도 그중 하나입니다. 겨울철 건조해진 손등에, 혹은 그저 하루를 마무리하며 얼굴에 가볍게 펴 바를 때마다 묘하게 마음이 놓이곤 했는데, 정작 그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이 익숙한 이름 안에 뜻밖에도 라틴어 한 단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니베아, 눈에서 태어난 말 '니베아(Nivea)'는 라틴어 형용사 '니베우스(niveus)'에서 온 말입니다. 이 형용사는 '눈, 눈송이'를 뜻하는 명사 닉스(nix, 속격 nivis)에서 파생되었으며, 뜻은 '눈처럼 흰, 눈처럼 순수한'입니다. 라틴어 형용사는 수식하는 명사의 성(性)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데, 남성형은 니베우스(niveus), 여성형은 니베아(nivea), 중성형은 니베움(niveum)입니다. 브랜드명 '니베아'는 이 세 ...

[ Fiat ] 피아트 : 이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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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돌이킬 수 없어지는 말이 있다. 옛 법정에서 판관이 마지막 문장을 낭독하기 전까지, 진실은 그저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허공에 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선고가 선포되는 찰나, 흩어져 있던 가능성들은 일제히 하나의 현실로 응고되어 더는 물러설 자리를 남기지 않는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도 그렇게 선포되기만을 기다리며 웅크린 결정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망설임을 끝내고 세상을 향해 내리는 단호한 선고, '피아트(Fiat)' 가 지닌 결단의 무게를 사유해보고자 한다. 피아트(Fiat) 뜻과 유래, 선언이 빚어낸 이름 ③ — 브랜드 속 라틴어 Fiat,바람이 아닌 선언이 빚어낸 이름 '만들다'가 아니라 '되어지다' 자동차 브랜드 이름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이번 시리즈에서, 이번에는 유독 낯익은 단어 하나가 눈에 밟혔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Fiat)' 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라틴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완전한 하나의 문장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피아트(fiat)는 '만들다, 하다'라는 뜻의 능동사 파케레(facere)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되다, 이루어지다'라는 뜻의 피에리(fieri)의 3인칭 단수 현재 접속법 형태입니다. 즉 누군가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되어지도록 하라는, 결과를 향한 선언에 가까운 문법 형태인 셈입니다. 흔히 명령형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엄밀히는 접속법이며, 그래서 '~하라'는 강제보다 '~이 이루어지기를'이라는 의지가 담긴 선포에 ...

[ Audi ] 아우디 :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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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 실은 얼마나 드문 능력인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타인의 말과 세상의 소리를 침묵 속에서 받아들이는 일에는 서툴다. 어쩌면 모든 지혜와 관계의 시원(始原)은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듣는 능력에서 비롯되었을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의 소리에 귀 열라 명하는 단호한 명령, '아우디(Audi)' 가 건네는 경청의 미학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아우디(Audi)에 새겨진 진짜 뜻 ② — 브랜드 속 라틴어 브랜드명이 된 라틴어 명령문 '들어라' 이름 하나가, 사실은 완전한 문장이었다 자동차 로고들을 무심히 스쳐 지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익숙한 이름 하나가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최근 Audi가 그저 고유명사가 아니라 완전한 라틴어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우디(Audi)' 는 '듣다'라는 뜻의 4변화 동사 audio, audire의 2인칭 단수 명령형으로, 우리말로 옮기면 "너는 들어라!"에 해당하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명령문입니다. 어미 '-re'를 떼어낸 어간이 그대로 명령형이 되는 이 짧은 형태는, 상대방 한 사람에게 직접 건네는 라틴어 특유의 단호하고 사적인 어법입니다. 만약 여러 사람을 향한 명령이었다면 'audite'가 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영어의 audio, audience, auditorium이 모두 이 동사 audire에서 갈라져 나온 사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익숙했던 브랜드 이름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한 소년의 라틴어 숙제에서 태어난 이름 이 이름의 탄생 배경을 파고들자, 뜻밖에도 한 편의 짧은 극적인 장면이 기다리...

[ Volvo ] 볼보 : 나는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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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지면 위에 남기고 가는 무수한 궤적을 가만히 눈으로 좇아본 적이 있다. 멈춰선 자리에서는 결코 그려낼 수 없는, 오직 굴러야만 완성되는 그 무늬 속에는 정지가 아니라 지속이야말로 생의 본질이라는 오래된 진리가 새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굳게 닫힌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회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원의 움직임, 그 순환하는 힘이야말로 인류가 문명을 밀고 나간 가장 근원적인 동력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굴려 세상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담담한 선언, '나는 구른다(Volvo)' 가 건네는 지속의 미학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몰랐던 자동차 브랜드의 진짜 뜻 ① — 브랜드 속 라틴어 볼보(Volvo)는 왜 ‘나는 구른다’는 뜻일까 도로를 지나다보면 많이 눈에 띄는 볼보가 라틴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 'Volvo'라는 이름이 라틴어에서 왔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수십 년째 익숙하게 불러온 이름이었는데, 정작 그 뜻은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어원: '구르는' 뿌리에서 갈라진 단어들 집에 돌아와 사전을 펼쳐보니, volvo는 라틴어 동사 volvere(구르다, 회전하다)의 1인칭 단수 현재형이었습니다. volvo, volvere, volvi, volutum으로 활용되는 3변화 동사로, 문자 그대로 옮기면 '나는 구른다'는 뜻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동사의 어근 volv-가 영어 단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전한다는 뜻의 revolve, 진화한다는 뜻의 evolve, 혁명을 뜻하는 revolution, 말이 술술 이어진다는 뜻의 voluble, 반란을 뜻하는 revolt까지, 전혀 다른 의미처럼 보이는 이 단어들이...

[ Ars Gratia Artis ] 아르스 그라티아 아르티스 : 예술을 위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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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실용적 쓸모도 증명하지 못한 채, 그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잣대로 세상 모든 것의 값을 매기려 드는 시대에, 오로지 그 자체로 완결된 아름다움만을 좇는 창작의 몸짓은 종종 무모하거나 사치스러운 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화폭 위의 붓질 하나, 필름 위에 새겨진 빛과 그림자 하나에도 다른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의 이유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씩 잊고 지낸다. 목적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창작의 순수한 근원, 예술이 오직 예술이기 위해 태어나는 그 시원(始原)의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오늘은 세계 곳곳의 스크린 앞에서 필름의 시작을 알려온 다짐, '아르스 그라티아 아르티스(Ars Gratia Artis)' 가 건네는 미학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MGM 로고에 새겨진 라틴어 문구 ③ — 영화와 책 속 라틴어 Ars Gratia Artis, 예술을 위한 예술 오래된 영화 한 편의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뒤, 화면 위로 다시 한번 사자가 포효하는 방패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방패를 휘감고 있는 세 개의 라틴어 단어, 'Ars Gratia Artis'를 이번에는 눈여겨 읽어보았습니다. 뜻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작 이 세 단어가 어떻게 조합되어 있는지, 왜 하필 이 순서로 새겨졌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 짧은 문구를 하나하나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라틴어, 한 단어씩 뜯어보면 Ars Gratia Artis는 세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Ars'는 '기술, 기예, 예술'을 뜻하는 명사의 주격 단수형입니다. 'Artis'...

[ In Vino Veritas ] 인 비노 베리타스 : 술 속에 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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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 속에서 문득 튀어나온 말 한마디가, 정작 맨정신으로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진심임을 깨달은 적이 있는가. 잔을 채울수록 마음을 가두던 이성의 빗장은 조금씩 헐거워지고, 오래 다듬어 두었던 체면과 격식의 두께 아래 눌려 있던 날것의 속내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사람들은 그것을 취중진담이라 부르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지만, 그 헐거워진 틈으로 새어 나온 말들이야말로 가장 정제되지 않은, 그래서 가장 진실에 가까운 파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잔 속에 일렁이는 붉은 술이 넌지시 건네는 오래된 경고이자 통찰, '인 비노 베리타스(In Vino Veritas)' 가 지닌 결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취중진담의 원조를 찾아서 ② — 영화와 책 속 라틴어 인 비노 베리타스, 술이 감추지 못한 진실 우연히 마주친 문장 얼마 전 오래된 미국 드라마 <로 앤 오더(Law & Order)>의 한 재방송 편을 보다가, 에피소드 제목이 낯익은 라틴어임을 알아챘습니다. 'In Vino Veritas'. 화면 속 자막은 그저 제목으로만 스쳐 지나갔지만, 이 문구가 어디서 왔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와인 병 라벨이나 술자리 건배사로도 흔히 듣던 말인데, 정작 그 출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고 찾아보았습니다. 어원을 파고들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 문구는 로마인의 발명품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흔적은 로마보다 훨씬 앞선 고대 그리스, 기원전 600년경 활동한 서정시인 알카이오스(Alcaeus of Mytilene)에게서 발견됩니다. 그의 단편(斷片) 366번(Voigt 편집본 기준)에는 "Οἶνος, ὦ φίλε παῖ, κ...

[ Draco Dormiens Nunquam Titillandus ] 드라코 도르미엔스 눈쿠암 티틸란두스 : 잠자는 용을 절대 건드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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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잠든 존재를 마주하고도 차마 손대지 못한 순간을 기억하는가. 어쩌면 그 망설임이야말로, 무모함과 지혜를 가르는 가장 오래된 경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종종 우리에게 더 많이 건드리고, 더 크게 반응하고, 기어이 깨워내라 부추기지만, 정작 삶의 깊은 곳에서는 그 반대의 미덕이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오늘은 잠든 용을 함부로 흔들지 말라는 경고, '드라코 도르미엔스 눈쿠암 티틸란두스(Draco Dormiens Nunquam Titillandus)' 가 건네는 절제의 미학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스크린에서 마주친 진짜 라틴어 ① — 영화·책 속 라틴어 호그와트가 새긴 진짜 라틴어 어원 속으로 네 단어로 이루어진 이 문구는 단어 하나하나가 정확한 문법 위에 서 있습니다. Draco(용)는 그리스어 drakōn에서 온 3변화 남성명사이고, dormiens(자고 있는)는 동사 dormire(자다)의 현재분사로 draco를 수식합니다. nunquam(결코 ~ 않다)은 numquam의 이형으로, 둘 다 고전 라틴어 문헌에서 널리 쓰인 정상적인 표기입니다. 핵심은 마지막 단어 titillandus(간지럽혀져서는 안 되는)입니다. 이는 동사 titillare(간지럽히다)의 동형사(gerundive)로, 라틴어에서 "~되어야 한다/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필연을 나타낼 때 쓰는 문법입니다. 즉 이 문구를 직역하면 "잠자고 있는 용은 간지럽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되고, 여기서 "잠자는 용을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익숙한 번역이 나옵니다. 이 문구가 걸어온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