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di ] 아우디 : 들어라
온전히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 실은 얼마나 드문 능력인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타인의 말과 세상의 소리를 침묵 속에서 받아들이는 일에는 서툴다. 어쩌면 모든 지혜와 관계의 시원(始原)은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듣는 능력에서 비롯되었을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의 소리에 귀 열라 명하는 단호한 명령, '아우디(Audi)'가 건네는 경청의 미학을 사유해보고자 한다.
아우디(Audi)에 새겨진 진짜 뜻 ② — 브랜드 속 라틴어
브랜드명이 된 라틴어 명령문 '들어라'
이름 하나가, 사실은 완전한 문장이었다
자동차 로고들을 무심히 스쳐 지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익숙한 이름 하나가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최근 Audi가 그저 고유명사가 아니라 완전한 라틴어 문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우디(Audi)'는 '듣다'라는 뜻의 4변화 동사 audio, audire의 2인칭 단수 명령형으로, 우리말로 옮기면 "너는 들어라!"에 해당하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명령문입니다. 어미 '-re'를 떼어낸 어간이 그대로 명령형이 되는 이 짧은 형태는, 상대방 한 사람에게 직접 건네는 라틴어 특유의 단호하고 사적인 어법입니다. 만약 여러 사람을 향한 명령이었다면 'audite'가 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영어의 audio, audience, auditorium이 모두 이 동사 audire에서 갈라져 나온 사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익숙했던 브랜드 이름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한 소년의 라틴어 숙제에서 태어난 이름
이 이름의 탄생 배경을 파고들자, 뜻밖에도 한 편의 짧은 극적인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909년, 자동차 제작자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는 자신이 세운 회사의 경영권 다툼 끝에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새 회사를 차리려 했지만, 정작 자신의 성(姓)인 'Horch'는 이미 옛 동업자들의 상표로 등록되어 더 이상 쓸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이름을 정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함께 모인 프란츠 피켄처(Franz Fikentscher)의 집, 그 자리 한쪽 구석에서는 그의 아들이 라틴어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고민을 듣고 있던 소년은 머뭇거리다 이렇게 말을 꺼냈다고 전해집니다. "아버지, audiatur et altera pars(다른 쪽 말도 들려야 합니다)... 호르히 대신 아우디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독일어로 '들어라'를 뜻하는 자신의 성을 같은 뜻의 라틴어로 옮기자는 소년의 제안을 투자자들은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고, 이렇게 1910년 '아우디(Audi)'라는 이름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법정의 원칙이 된 대사 — 세네카의 『메데이아』
"Qui statuit aliquid parte inaudita altera, / aequum licet statuerit, haud aequus fuit."
— 세네카(Seneca), 『메데이아(Medea)』 199~200행
"한쪽 말만 듣고 판결을 내린 자는, 설령 공정한 판단을 내렸다 하더라도 공정한 것이 아니다."
소년이 인용했던 문구 "audiatur et altera pars(다른 쪽 말도 들려야 한다)"의 뿌리를 따라가면, 로마의 극작가이자 철학자 세네카가 쓴 비극 『메데이아』에 닿습니다.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코린토스 왕 크레온에게서 추방 명령을 받은 메데이아가 왕 앞에서 항변하며 던지는 대사입니다. 결과가 아무리 옳아 보여도, 한쪽의 말만 듣고 내린 결정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하다는 이 통찰은 이후 "audi alteram partem(다른 쪽도 들어라)"이라는 짧은 법언으로 응축되어, 오늘날까지도 재판에서 양쪽 당사자 모두에게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절차적 정의의 대원칙으로 남아 있습니다.
수천 년 전 신앙의 첫마디, 같은 명령형
"Audi, Israhel: Dominus Deus noster Dominus unus est."
— 불가타 성경(Vulgate), 신명기(Deuteronomium) 6장 4절
"들어라, 이스라엘아.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한 분이신 여호와시니라."
같은 명령형 'audi'를 전혀 다른 자리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고백으로 꼽히는 '셰마 이스라엘(Shema Israel)'의 첫 구절로, 4세기 히에로니무스가 히브리 성경을 라틴어로 옮긴 불가타 성경에서 이 구절은 정확히 'Audi'로 시작합니다. 자동차 브랜드가 태어나기 천오백 년도 더 전에, 한 민족 전체를 향해 던져진 이 단호한 명령형이 20세기의 한 자동차 회사 이름에서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브랜드 이름을 둘러싼 흔한 오해
아우디를 두고 흔히 하는 오해 한 가지를 바로잡아 두고 싶습니다. 로고에 새겨진 네 개의 고리가 'Audi'라는 이름 자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고리들은 이름과는 완전히 별개의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1932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아우디·호르히(Horch)·데카베(DKW)·반더러(Wanderer) 네 개의 작센 지방 자동차 회사가 아우토 우니온(Auto Union)으로 합병하면서, 그 네 회사를 상징하기 위해 고리 네 개를 나란히 엮은 것이 지금의 로고입니다. 즉 '들어라'라는 이름의 뜻과 네 개의 고리 사이에는 아무런 언어적 연관이 없습니다. 또한 'Audi'라는 이름이 그저 듣기 좋게 지어낸 조어(造語)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라틴어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온전한 문장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현대인에게 남기는 문장
백여 년 전 한 소년이 무심코 던진 제안이 지금까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듣는다'는 행위가 시대를 초월해 얼마나 근본적인 가치인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능력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일수록, 잠시 말을 멈추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야말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그래서 가장 귀한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logbook-latina의 사색
최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Audi)의 이름이, 창업자가 자신의 성(姓)인 '호르히(Horch)'—독일어로 '듣다'라는 뜻—를 라틴어 명령형으로 옮겨 지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문득 이름 하나에도 이토록 단호한 다짐을 새겨넣은 아우디가 새로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보태기보다 침묵으로 들어야 할 순간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의 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세, 그 단정한 명령형의 자기 다짐이야말로 지금 내가 붙들어야 할 '경청의 미덕(Audi)'임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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