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ba Volant, Scripta Manent ] 베르바 볼란트 스크립타 마넨트 : 말은 날아가고 글은 남는다

편지를 쓰는 여인의 빈티지 사진, 라틴어

서랍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전 친구와 나눴던 편지들을 발견했다. 이십대 젊은 시절, 그 친구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는지, 희미했던 기억이 기록으로 선명해진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2천년이 지난 지금 라틴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것도 기록의 힘이다.

말과 기록, 상반된 두 존재의 속성

어원 분석

'Verba'는 '말', '단어'를 뜻하는 중성명사 'verbum'의 복수형입니다. 이 단어는 '말하다'를 뜻하는 인도유럽어 어근 '*wer-'에서 나왔고, 영어의 'word'와 'verb'도 같은 뿌리를 공유합니다. 'Volant'는 '날다'를 뜻하는 동사 'volare'의 3인칭 복수 현재형으로, '휘발성'을 뜻하는 영어 단어 'volatile'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Scripta'는 '쓰다'를 뜻하는 동사 'scribere'의 과거분사 중성 복수형으로 '쓰인 것들'을 의미하며, 'Manent'는 '머무르다, 남다'를 뜻하는 'manere'의 3인칭 복수 현재형입니다. 영어의 'remain'과 'permanent'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네 단어를 이으면 "말해진 것들은 날아가고, 쓰인 것들은 남는다"가 됩니다. 날아가는 것(volare)과 머무르는 것(manere)의 대비가 이 문구의 뼈대입니다.

기원

이 문구의 정확한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로마 원로원에서 카이우스 티투스(Caius Titus)가 한 연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말로 한 약속은 쉽게 잊히거나 부정될 수 있지만, 문서로 남긴 기록은 공적인 일에서 언제나 확실한 증거가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즉 이 문구는 본래 문학적 감상이 아니라, 계약과 행정의 세계에서 나온 지극히 실용적인 격언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구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뒤집히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문자가 귀했던 시절, 일부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뜻으로 읽었습니다. 말은 날개를 달고 살아 움직이며 퍼져나가는데, 글은 종이 위에 붙박여 침묵한다는 해석입니다. 같은 네 단어가 기록의 힘을 예찬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살아있는 말의 생명력을 예찬하는 말이 되기도 한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기록은 증거로 남는다'는 앞의 의미로 정착해, 법률과 행정 문서의 세계에서 여전히 인용되고 있습니다.

인용구

"Et semel emissum volat irrevocabile verbum."
한번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이 날아가 버린다.

— 호라티우스(Horace), 《서간시(Epistulae)》 1권 18편 71행

호라티우스는 말조심에 관한 조언 속에서 이 문장을 썼습니다.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한번 건너간 말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volat(날아간다)'라는 동사가 'verba volant'와 정확히 겹칩니다. 말의 휘발성에 대한 로마인의 감각이 이미 기원전 1세기에 이렇게 문장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Exegi monumentum aere perennius."
나는 청동보다 오래 견딜 기념비를 세웠다.

— 호라티우스(Horace), 《송가(Odes)》 3권 30번

같은 시인이 이번에는 글의 편에 서서 쓴 문장입니다. 여기서 기념비는 돌이나 청동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 즉 글을 가리킵니다. 호라티우스는 부식시키는 비도, 사나운 북풍도, 셀 수 없는 세월의 흐름도 이 기념비를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그의 문장을 읽고 있다는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말의 휘발성을 쓴 시인과 글의 영속성을 쓴 시인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verba volant, scripta manent'의 양면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오늘에 남기는 것

디지털 시대에 이 문구는 새로운 무게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쓰는 메시지와 게시물은 로마인들이 상상하지 못한 규모로 '남는' 기록들입니다. 동시에 이 문구는 여전히 기록하는 사람의 편입니다. 하루의 생각을 일기로, 편지로, 블로그로 적어두는 일은 날아가 버릴 순간을 붙잡아 어딘가에 내려앉히는 일입니다. 기억은 흐려지고 편집되지만, 그날의 글은 그날의 나를 그대로 보존합니다. 남는다는 것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그것이야말로 쓰는 이유가 됩니다.

logbook-latina의 사색

말은 발화되는 순간 사라진다. 그래서 말은 가볍고, 쉽고, 때로는 무책임하다. 글은 다르다. 쓰는 순간부터 남을 것을 안다. 그래서 펜을 들면 조금 엄숙해진다. 나는 이 블로그를 쓰면서 자주 그 엄숙함을 느낀다. 오늘 쓴 문장이 먼 후일의 나에게, 혹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다는 것. 서랍 속 편지들이 이십 년을 건너 오늘의 나에게 도착했듯이. 말은 날아가지만, 글은 어딘가에 내려앉아 오래 기다린다. 지금도 여전히 쓰고 남겨야 하는 이유이다. 누군가 다시 펼쳐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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