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 Negativa ] 비아 네가티바 : 본질을 남기는 지우개의 철학

@logbook-latina 사색일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합니다.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유용한 정보를 얻고, 더 바쁘게 움직여야만 비로소 '잘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끔은 꽉 채워진 일상 속에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이나 피로감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만약 무언가를 더하는 삶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면, 고대 철학자들이 남긴 '빼기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마음으로 함께 읽고 싶은 라틴어는 'Via Negativa'입니다.

🏛️ Via Negativa : 부정(否定)의 길

  • Via : 길 (Way)
  • Negativa : 부정적인, 반대의 (Negative)

직역하면 '부정의 길'이라는 뜻을 가진 이 문장은, 본래 중세 신학에서 깊이 다루어지던 철학적 개념이었습니다.

당시의 사상가들은 인간의 유한한 언어와 지식으로는 감히 신(神)이나 우주의 절대적인 본질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부정(Delete)'이었습니다.

"신은 어리석지 않다."
"신은 유한하지 않다."

이처럼 본질이 '아닌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언젠가 인간의 오만이 걷힌 자리에 가장 순수하고 온전한 본질만 남게 될 것이라 믿었던 것이지요. 정의 내릴 수 없다면, 아닌 것을 지움으로써 가닿으려는 지혜. 그것이 바로 Via Negativa의 시작입니다.

💡 완벽함이란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뺄 것이 없을 때

이 고대의 철학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훌륭한 삶의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해지기 위해서, 혹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자꾸만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인맥을 넓히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진짜 지혜는 때로 '나쁜 것을 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 몸의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기보다, 먼저 유해한 음식을 끊어내는 것.
  •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인맥을 넓려 애쓰기보다,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에서 조용히 거리를 두는 것.
  • 삶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스케줄을 가득 채우기보다, 불필요한 불안과 욕심을 덜어내는 것.

무언가를 더 넣으려고 애쓰는 대신, 내 삶을 흔들고 공허하게 만드는 곁가지를 지워나가는 과정. 그 빼기의 과정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내면의 평온을 되찾는 방법입니다. 완벽함이란 무언가 더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 logbook-latina의 시선

우리는 저마다 삶이라는 하얀 도화지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어릴 적에는 그 위에 이것저것 화려한 색을 칠하고 채워 넣기 바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됩니다.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그림은 캔버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칠해진 그림이 아니라,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그림이라는 것을요.

오늘 하루, 무거운 과잉의 짐을 내려놓고 내 삶의 도화지를 찬찬히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오늘 내가 '지워내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덜어낸 자리에 비로소 찾아오는 고요와 평온이, 오늘 당신의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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